행정법의 자동화 행정결정에 대해 알려줘.
서론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공공행정 영역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서류 중심의 수작업 절차가 주를 이루던 행정업무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점점 자동화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자동화 행정결정(automated administrative decision-making)'은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자동화 행정결정이란 행정기관이 인공지능, 알고리즘, 전산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인간의 개입 없이 혹은 극히 제한된 개입만으로 행정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효율성과 신속성 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지니지만, 동시에 법적 통제와 국민의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을 동반한다.
본 글에서는 자동화 행정결정의 개념과 도입 배경,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함으로써 행정법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본론
- 자동화 행정결정의 개념과 유형
자동화 행정결정은 공공기관이 전산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국민에 대한 각종 허가, 승인, 보조금 지급, 세금 부과 등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신청인에게 자동으로 복지급여를 지급하거나, 세금 납부 상황에 따라 체납처분을 자동으로 개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정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이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며, 전통적인 행정청의 재량 개입이 최소화되거나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자동화는 일반적으로 다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단순 자동화’로, 명확한 요건과 규정에 따라 시스템이 기계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지능형 자동화’로, 인공지능 기술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하거나 예측을 수행하는 형태다. 후자의 경우, 판단의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설명이 어려운 ‘블랙박스’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법적 통제와 책임소재가 더욱 문제가 된다.
- 자동화 행정결정의 장점
자동화 행정결정의 가장 큰 장점은 행정의 효율성과 일관성이다. 기존의 수작업 방식은 행정인의 주관이 개입되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이한 결론이 도출될 위험이 있었다. 반면 자동화된 시스템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동일한 조건에 대해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므로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이 높아진다. 또한 민원 처리 속도가 대폭 단축되고, 인건비 절감 등의 행정비용 효율성도 크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핀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복지 행정의 일부를 이미 자동화하여 수백만 건의 신청서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 법적 문제점과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행정결정에는 다수의 법적 쟁점이 수반된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결정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은 그 판단 근거를 설명하기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행정절차법이 요구하는 '이유제시 의무'와 충돌할 수 있다.
또한 국민의 권리구제 절차에 대한 문제도 있다.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진 결정에 대해 국민이 불복할 경우, 어느 기관에 어떤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책임소재 역시 모호하다.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위법한 결정이 내려졌을 때, 개발자, 시스템 관리자, 또는 최종 승인자인 행정청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현재 법제도로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도 심각하다. 자동화된 결정은 대량의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잘못된 데이터 기반이나 편향된 알고리즘에 의해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이는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 헌법상 기본권 보호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 해외 동향 및 우리나라의 대응
유럽연합(EU)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통해 자동화 결정에 대한 통제 원칙을 명문화하고, 결정 대상자의 ‘설명받을 권리’와 ‘인간 개입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은 자동화된 행정결정에도 행정소송 제기와 심판 청구를 허용함으로써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행정절차법」 및 「전자정부법」을 통해 일부 자동화 행정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적 대응은 미비하다. 특히 인공지능의 도입에 따른 행정책임과 국민의 권리보장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별도의 입법이 요구되고 있다.
결론
자동화 행정결정은 현대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반복 업무나 대량 처리 업무에서는 특히 그 효과가 크며,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한 의사결정은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화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행정의 책무성, 공정성과 같은 법적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동화된 결정이라 할지라도 국민은 결정의 이유를 알 권리가 있으며, 오류나 부당한 처분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동화 기술의 도입과 함께 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인간과 기계가 조화를 이루는 ‘책임 있는 디지털 행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행정법적 이론과 제도의 현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